아물다 


아물 수 있을까? 어떻게? 뚫리고 찢기고 억지로 봉합한 자리의 상흔. 상흔들을 아물게 하고자 육체의 부피를 잠시 수축시켰다. 동면을 취하듯. 안으로 파고 들며 내면 깊숙이 박힌 바늘들을 뽑아낸다. 배설하듯 분출하는 핏덩이와 핏줄기 고름과 진물. 한 차례의 배출. 빈 자리. 회복되어 가는 몸은 다시 몸의 부피를 확장한다.  

통증이 자리했던 공간에 무엇을 새로이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할 수 있을까? 나로 가득한 이야기가 서서히 와해된다. 
위태롭고 두렵다. 허울을 벗은 나약한 몸이 드러난다. 나와 당신 사이의 두터운 막 앞에 선다. 그 몸은 진솔한가? 적어도 이전보다는. 진솔한 몸짓으로 막을 통과한다. 나와 너 사이 그 경계에 자리한 관계의 서사. 수많은 것들이 너가 된다. 너는 있고 없다. 너는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척수에는 굴곡이 총 여섯 군데가 있다. 움푹 들어간 곳과 볼록 나온 곳이 교차적으로 존재한다. 접합 지점. 서로가 서로를 안을 수 있는 곡선의 자리. 구불한 타원을 그리는 시간 속에서 나와 당신 사이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흘러간다. 반복과 변주를 이룬다. 서로를 찌르던 나와 당신의 말은 동시에 서로를 애정하는 말이 된다. 잘 지냈으면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나와 당신 사이에 스민 상흔들을 잊지 않는 동시에 아물어가는 시간들이 그 위에 차곡차곡 덮인다.

무슨 말을 써야 하나 써도 되나 고민이 들지만, 몇 자 적어보려고 해요. 나는 최근 나에게 가장 친밀했던 타자들을 정성 들여 미워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요? 나는 당신과는 참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어쩌면 참으로 비슷하고 다르게. 그간의 삶을 거리두고 바라보게 되는 시선들이 내 안에 하나둘 자리를 잡기도 했어요. 당신의 노동이 나의 자라난 몸 사이사이에 놓여 있어요. 당신은 참 강인한 사람이죠.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들 앞에서도 웃을 줄 아는. 나를 키워줘서 고마워요. 
이제서야 나는 당신을 향해 몸을 굽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