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기억







고래의 꼬리. 노란 꼬리들.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건 없다. 끼인 존재일 때 비로소 나는 무언가를 말할 수 있고 존재의 말하기가 가능하다. 몸이 가 닿아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있음을, 몸을 써야만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음을 경험한다. 꼬리를 달고서 날개를 달고서. 꼬리와 날개의 지느러미. 그 중에서도 벌레의 날개짓. 기어 다니다가 언제든 도약하는. 홀가분한 비상. 기억의 추. 기억의 추는 무언언가와 마찰/마주하며 진동하고 이를 매질 삼아 소리를 낳는다. 

매질 당신 나 몸 진동 울림. 
숨은 말과 웅덩이의 메아리. 안산과 목포와 진도의 흐르는 소리. 그리고 내면의 물기. 이들은 언제고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서사들이다. 통증에 기반한 관계, 그건 곧 비워내고픈, 고름의 기억이다. 관계적 통증의 기억 옆에 ‘역동'이라는 단어가 자리한다.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름이 빠져나간 빈 자리에 새로운 이야기의 장이 열린다. 내가 지독하게도 이 땅에 붙박여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 곳 이 자리에 붙박인 몸으로서 맺는 관계의 뜰 속에서 나는 존재한다. 땅 위를 기고 거닐고 헤엄치면서. 이야기는 어느덧 회복의 뱡항을 고민하는 지점에 와 있다. 통증에 관한 비선형적인 시간의 굴곡 안에서 회복의 이야기를 가늠한다. 나와 당신 사이를 사유하는 과정에 물이 흐른다. 무수히 많은 무지의 공간 틈에 난 물길을 따라 간다. 통증을 동반하며 농익은 자리에서 고름이 빠져나갔다. 고름이 빠져나간 빈 공간에서 공명하는 소리를 상상한다. 고름을 품었던 살 동굴. 움푹 패인 자리의 흉터와 주름 그리고 움트는 새살.



나는 계속 운다. 울고 있는 자리가 있다. 흐르는 마음을 한 켠에. 슬픔의 동굴을 품에 지닌다. 한 켠에 품고서. 품고 살아야지. 아, 품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았다.  


빈 공간
말이 되기 전
가능성의 말들